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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리학은 내친구/인지 & 의사결정

결정을 미루는 사람들의 심리학적 특징

by blancblanc 2025. 5. 6.

1. 서론 ― 우리는 왜 결정을 쉽게 내리지 못할까?

현대인은 하루에도 수십 개의 결정을 내리며 살아간다. 작은 메뉴 선택부터 인생을 좌우할 진로, 직장, 관계에 이르기까지 우리는 끊임없이 선택의 기로에 선다. 그러나 많은 사람들이 중요한 결정일수록 선뜻 내리지 못하고 주저하거나 미루는 경향을 보인다. 이를 단순한 ‘게으름’이나 ‘우유부단함’으로 치부하기에는, 그 배경에는 복잡한 심리 구조가 자리하고 있다.

결정을 미루는 행동은 단순히 나쁜 습관이 아니라, 두려움·불안·책임 회피·완벽주의 등의 심리 요소가 작용한 결과다. 이번 글에서는 왜 어떤 사람들은 중요한 결정을 앞두고 계속해서 미루는지, 그 심리학적 원인과 인지적 패턴을 살펴본다.

결정을 미루는 사람들의 심리학적 특징
플랜 몇까지 있니? 일단 해봐 (출처 pixabay)


2. 미루는 행동은 ‘결정 회피’에서 비롯된다

결정을 미루는 사람들의 핵심 특징 중 하나는 **결정 회피(decision avoidance)**이다. 이는 선택 자체를 고통스럽게 느끼는 심리 반응으로, 선택지가 많아질수록 더욱 두드러진다.

결정 회피는 종종 다음과 같은 행동으로 나타난다:

  • 선택을 주변 사람에게 떠넘기기
  • 기회가 사라질 때까지 일부러 기다리기
  • 사소한 문제부터 해결하며 ‘중요한 결정’은 피하기
  • 선택 후 발생할 결과를 걱정하며 머뭇거리기

이는 단순한 게으름이 아니라, 결정 그 자체에 내포된 책임, 실패 가능성, 후회에 대한 두려움이 원인이다.


3. 완벽주의는 결정을 어렵게 만든다

결정을 미루는 사람들 중 상당수가 완벽주의(perfectionism) 성향을 가지고 있다. 이들은 실수를 매우 두려워하며, 한 번 내린 결정을 쉽게 되돌릴 수 없다고 믿는다. 그래서 가능한 최선의 선택을 찾기 위해 고민을 무한히 연장하는 경향이 있다.

완벽주의자의 결정 미루기 특징은 다음과 같다:

  • "더 좋은 선택이 있을 수도 있어"라는 생각에 빠짐
  • 불확실성을 견디지 못함
  • 결정 후 후회할 가능성에 민감하게 반응
  • 선택에 따른 결과를 ‘자신의 가치’와 연결시킴

결국 이들은 ‘최선의 결정’이라는 이상적 기준을 세워놓고, 그 기준을 충족하지 못하면 아예 결정을 유보하는 방향으로 행동한다.


4. 결정 후 결과에 대한 ‘책임 공포’

결정을 미루는 행동은 책임 회피(responsibility avoidance)의 심리와도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다. 특히 **자기 효능감(self-efficacy)**이 낮거나, 과거의 선택에서 상처를 입은 경험이 있는 사람일수록 “내가 결정을 잘못 내릴 수 있다”는 불안에 쉽게 지배된다.

책임 공포는 다음과 같은 사고방식으로 나타난다:

  • "내가 선택하면 나중에 문제가 생겨도 내 책임이야"
  • "지금은 확신이 없으니 좀 더 지켜보자"
  • "차라리 누군가 대신 선택해 주면 더 편해"

이는 자율성과 독립성이 중요한 현대 사회에서 ‘결정권자’가 되는 것 자체를 회피하는 심리적 전략으로 작용하기도 한다.


5. 정보 과부하와 선택 마비

선택의 자유가 많을수록 사람은 더 행복할까? 심리학자 Barry Schwartz는 그의 저서 『선택의 역설(The Paradox of Choice)』에서, 선택의 자유가 오히려 결정을 마비시킬 수 있다고 주장한다.

결정 미루기의 또 다른 원인은 바로 **정보 과부하(information overload)**이다. 현대인은 지나치게 많은 선택지와 정보 속에서 살아가며, 이로 인해 다음과 같은 문제가 발생한다:

  • 선택지 하나하나를 비교하고 평가하는 데 너무 많은 시간이 소요됨
  • 한 선택이 다른 모든 선택지를 포기하게 만든다는 부담
  • 정보가 많을수록 실수할 가능성이 더 크다고 느껴짐

결과적으로 뇌는 과도한 정보 처리 부담을 피하기 위해 ‘결정 유보’라는 가장 에너지 절약적인 선택을 한다.


6. 감정적 회피 전략으로서의 결정 미루기

결정을 내리는 것은 본질적으로 감정적인 행동이다. 특히 결정 후 발생할 후회(regret), 죄책감(guilt), 또는 불만족(dissatisfaction) 같은 감정을 피하려는 심리가 결정 미루기를 유발한다.

사람들은 결정 후에 “다른 선택을 했더라면 어땠을까?”라는 생각에 빠지는 것을 싫어한다. 그래서 차라리 결정을 미루고 ‘아직 선택하지 않았다’는 상태를 유지함으로써 감정적 부담을 최소화하려 한다.

이러한 심리는 종종 다음과 같이 드러난다:

  • 결정 후 불행한 결과가 나오면 "그때 결정하지 않았으면 됐잖아"라고 스스로를 탓할까 봐 두려워함
  • 선택하지 않으면 책임지지 않아도 된다는 심리적 위안
  • 결과보다 과정에서 오는 감정적 불편함을 더 두려워함

7. 결정을 미루는 습관을 벗어나려면

결정을 미루는 심리는 누구에게나 있을 수 있다. 중요한 것은 이를 인식하고 의식적으로 관리하는 것이다. 다음은 결정 회피를 극복하기 위한 심리적 접근 방법들이다:

  • 완벽한 결정은 없다는 점을 받아들이기: 때로는 ‘충분히 괜찮은’ 선택이 최고의 선택이 될 수 있다
  • 미리 정한 기준을 바탕으로 선택하기: 즉흥적인 판단보다 객관적인 기준이 결정 피로를 줄여준다
  • 작은 결정부터 훈련하기: 사소한 결정에도 스스로 결정을 내리는 습관을 들이면 자기 효능감이 올라간다
  • 시간제한을 설정하기: 결정의 마감 시점을 정함으로써 지나친 고민을 방지할 수 있다
  • 후회를 감수하는 연습하기: 후회는 결정의 일부이며, 그것을 피할 수 없는 자연스러운 감정임을 인정해야 한다

결론 ― 결정을 미룰수록 마음은 더 무거워진다

결정을 미루는 행동은 게으름이나 나약함의 문제가 아니다. 오히려 그 이면에는 실패에 대한 두려움, 불확실성에 대한 불안, 책임 회피의 심리가 깊숙이 자리하고 있다. 이는 누구나 겪을 수 있는 자연스러운 심리 반응이며, 비난보다는 이해가 우선되어야 한다.

다만, 계속해서 결정을 미루면 삶은 정체되고, 선택의 기회는 점점 줄어든다. 결국 중요한 것은 완벽한 선택이 아니라, 결정을 내리고 행동으로 옮기는 용기다. 마음속 무게를 덜어내기 위해서라도, 때로는 스스로를 믿고 한 걸음 내딛는 것이 필요하다.